특허청, 국내기업의 해외특허 현황 조사결과 발표
화장품, 식품 등 한류상품이 속한 식료·직접소비재 분야는 98%가 해외특허 포기
미국 중심으로 특허출원하여, 신남방 시장에서 이미 중국에 뒤쳐져

국내특허의 88%, 중소기업 특허의 96%는 해외특허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특허청은 우리 기업과 대학·공공연 등 주요 출원인의 최근 5년간(2011~2015) 해외특허 확보현황 조사결과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정부가 신통상전략을 통해 우리 기업의 신시장 진출을 장려하고 있지만, 무역정책만 있을 뿐 특허선점 전략은 없어 특허로 보호받지 못하는 수출을 하는 기업들은 오히려 분쟁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특허청은 내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출원인의 해외특허 현황을 분석하여 공개하게 됐다.

특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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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원인들이 2015년 국내에 신규출원한 발명 가운데 11.7%만 외국에 출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는 해외 현지에 출원하지 않으면 그 나라에서 전혀 보호받을 수 없다. 국내출원의 88.3%는 해외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포기했다는 의미이다.

출원주체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의 해외출원율은 36.8%인 반면, 연구기관은 12.3%, 대학은 4.5%, 중소기업은 4.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국내에 35,893건을 신규출원하고 이 가운데 13,216건을 해외에 출원한 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많은 44,258건을 국내에 신규출원했지만 이 가운데 해외에 출원한 것은 대기업보다 훨씬 적은 1,900건에 불과했다.

전반적인 추세를 살펴보면, 대기업은 2011년 10,023건에서 2015년 13,216건으로 해외출원이 늘어나는 반면, 연구기관은 2012년 1,480건에서 2015년 929건으로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품별로는, 우리나라 수출품목 1위인 전기·전자제품 분야의 해외출원율은 18.6%인 반면, 수출 2위 수송장비는 9.6%, 3위 기계류·정밀기기는 11.9%, 4위 화공품은 10.0%, 5위 철강제품은 4.6%, 6위 원료·연료는 6.0%에 불과해 제품별로 편차가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기능성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의 특허출원이 활발한 식료·직접소비재 분야는 국내출원의 1.6%만이 외국에 출원되고 있어 해외 현지에서 우리 기업 특허제품의 침해제품이 출시돼도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등 기존 시장 중심으로만 출원하고, 신남방 국가 등 새로운 수출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특허준비에는 소홀하다는 결과도 나왔다.

우리나라 출원인은 미국, 중국 중심으로 평균 1.9개국에만 해외출원을 하였으며, 특히 대학과 연구기관은 각각 1.4개국, 1.2개국에만 출원하여 미국 이외 국가에는 거의 출원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출원의 미국 편중현상은 주요 수출경쟁국 중 우리나라가 52.9%로 가장 심하고, 중국 51.7%, 일본 43.3%, 독일 30.7%로 뒤를 이었다. 반면 인도, 베트남 등 7개 주요 신흥국에 대한 해외출원 비중은 우리나라가 5.6%로 가장 낮고, 미국은 16.6%로 주요 수출경쟁국 중 가장 높았다.

또한 불확실한 신시장에서의 특허출원에 유리한 PCT(Patent Cooperation Treaty) 국제출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CT 국제출원은 일단 저렴하게 출원하고 30개월 안에 외국 현지출원 여부를 결정해도 되는 장점이 있어 보통 여러 국가에 출원을 준비하는 경우 많이 활용된다.

해외출원시 PCT 국제출원을 활용하는 비율을 보면 대기업 25.3%, 중소기업 63.9%, 대학 53.8%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PCT 국제출원을 한 특허 중에서 중소기업 55.3%, 대학 61.3%의 특허는 개별국 현지출원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업이 출원 초기부터 해외출원 대상국가를 미국, 중국 등 대형 수출시장 중심으로 한정하는데 반해, 중소기업과 대학은 비용부족 등의 이유로 해외출원 대상국가를 30개월 동안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국은 주요 수출시장, 특히 신남방 등 신흥시장에서 미국, 일본과의 특허경쟁에 대한 준비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아세안 주요 국가에서는 최근 중국에 특허출원을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미국 시장에서만 수출 1억불당 51.7건의 특허를 출원하여 63.7건을 출원한 일본과 비교가 가능했을 뿐,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서는 수출 1억불당 24.3건을 출원하는 일본의 30%에 불과한 7.3건만 출원했다.

특히 인도, 아세안 등 신남방 시장에서 이러한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인도 시장에서 수출 1억불당 특허출원은 미국, 일본이 각각 40.1건, 50.7건인 반면 한국은 일본의 20% 수준인 11.1건 출원에 그쳤고, 아세안 시장에서는 미국, 일본이 각각 11.9건, 10.5건인데 반해 한국은 일본의 19%에 불과한 2.0건에 그쳤다.

또한 제3의 수출시장인 베트남과 필리핀에서만 중국보다 앞설 뿐,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주요 아세안 국가에서는 중국보다 특허출원이 적어 향후 본격화될 신남방 시장에서의 기술경쟁 전망을 어둡게 했다.

특허청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올해 6월까지 '해외특허 경쟁력 강화 종합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라 밝혔다.

그간 특허청은 글로벌IP스타기업(2017~), 스타트업 특허바우처(2018~), 모태펀드 투자 확대(2018~), 특허공제 사업(2019~) 등 우리 중소·벤처기업의 해외특허 지원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으나, 기존 사업 확대만으로는 전반적인 해외출원 경향을 바꾸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먼저 주요기업의 특허 책임자로부터 해외출원을 가로막는 애로사항을 특허청장이 직접 청취하기 위한 간담회(4.16)를 시작으로, 전문가 인터뷰 등 현장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그간 해외특허 확보가 미진한 원인을 기업들과 함께 고민하고 분석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출원인 유형이나 국가별 시장의 특성에 맞는 지원체계를 구축하여 우리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저렴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저가제품을 수출하며 성장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우리경제의 혁신성장을 위해서 세계 수준의 특허기술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출해야 한다.”면서 “우리 중소기업들이 특허 없이 제품만 나가는 것이 아니라, 특허로 보호받으면서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기업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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