商議, 300개사 인사담당자 대상 조사 ... 괴롭힘 금지법 ‘조치 완료’(35%), ‘조만간 완료 예정’(50%)

기업 10곳 중 8곳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관련조치를 이미 했거나 조만간 완료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선 법보다는 기업문화를 먼저 개선해야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기업 300개社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기업인식과 대응’ 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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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10명 이상 근로자를 둔 사용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취업규칙에 직장내 괴롭힘 금지 조항 반영 등)과 조치의무(신고자 및 피해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금지 등)를 부여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조항을 말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괴롭힘 금지법의 필요성에 공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 금지법 시행이 필요하다고 보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87.7%가 ‘그렇다’고 답했다.

제약업체 A팀장은 “청탁금지법이 사내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점검과 구축에 좋은 영향을 미쳤듯,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도 기업문화 개선과 사내 신고절차 마련에 긍정적 시그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10곳 중 8곳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기에 따른 준비를 완료했거나, 조만간 마칠 것으로 조사됐다.

괴롭힘 금지법이 요구하는 조치들을 취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34.6%는 ‘조치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조만간 완료 예정’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50.5%였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은 44.6%가 ‘조치 완료’, 48.5%가 ‘조만간 완료 예정’라고 응답했고 6.9%만이 ‘조치계획 세우지 못함’이라고 응답했다. 중소기업은 26.3%가 ‘조치 완료’, 53.8%가 ‘조만간 완료예정’, 19.9%는 ‘조치계획 세우지 못함”이라고 응답했다.

구체적인 조치사항에 대해 기업들은 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취업규칙에 반영’(90.6%)과 ‘신고?처리시스템 마련’(76.6%) 뿐만 아니라, ‘사내교육 시행’(75.4%), ‘취업규칙 외 예방?대응규정 마련’(59.8%), ‘최고경영자 선언’(54.3%), ‘사내 설문조사 실시’(43.0%), ‘홍보 및 캠페인 진행’(40.6%) 등 법적 요구 외의 조치도 시행하고 있었다.

기업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선 법적 조치보다 기업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기업 95.7%가 ‘법적 조치보다 기업문화 개선이 우선’이라고 답했고, ‘법적 조치가 기업문화 개선보다 우선’이라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직장 내 괴롭힘의 주요 원인은 세대 간 인식차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평적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괴롭힘의 주요 원인에는 ‘직장예절?개인시간 등에 대한 세대 간 인식차’(35.3%)가 가장 많이 꼽혔다. 그 밖에도 ‘피라미드형 위계구조’(22.6%), ‘임직원 간 소통창구의 부재’(17.4%), ‘직장 내 과도한 실적 경쟁’(9.9%), ‘획일화를 요구하는 문화’(8.7%), ‘엄격한 사규의 부재’(5.4%) 등이 차례로 지적됐다.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한 기업차원의 대응으로 ‘수평적 문화 도입’(32.1%), ‘세대?다양성 이해를 위한 교육’(24.2%), ‘임직원 간 소통창구 마련’(21.0%), ‘괴롭힘 관련 사규 마련’(13.2%), ‘결과?경쟁 중심 평가제도 개선’(7.6%)을 차례로 꼽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소위 밀레니얼 세대로 지칭되는 신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베이비부머, X세대와 문화적 마찰을 빚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선 서로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업체를 운영하는 B대표도 “얼마 전 젊은 직원들과 얘기하는데 원치 않는 회식 강요도 괴롭힘이라고 하더라”면서 “법도 법이지만 사내 구성원 간 생각 차이를 좁히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정착되기 위한 정책과제로는 모호하게 정의된 법 규정을 명료화시키고, 구체적인 적용사례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괴롭힘 행위에 대한 모호한 정의’를 45.5%로 가장 많이 꼽았고, ‘참고사례 등 정보 부족’(37.2%), ‘괴롭힘 행위자의 처벌수위 기준 정립’(24.9%), ‘전담인력 확충 등 행정적?금전적 애로’(16.9%), ‘내부 임직원의 반발’(3.0%)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조선업체 인사팀 C과장은 “고충처리센터를 운영해왔기 때문에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대비해 새롭게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하는 부담은 없다”면서 “다만 향후 괴롭힘 행위 여부 판단에 혼란이 예상돼 법무 검토에 신중을 기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종이나 규모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운 근로기준법의 성격상 법률조문에 괴롭힘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까지 일일이 담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관련 판례가 쌓이다 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명확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법 시행 초기에는 기업들도 괴롭힘 행위에 대해 보수적으로 넓게 판단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정부에 바라는 정책과제로는 ‘모호한 규정들에 대한 정의’(36.5%)가 가장 많았으며, ‘보다 많은 사례를 담은 사례집 발간’(32.9%), ‘예방교육 프로그램 운영지원’(26.6%), ‘TV 등을 통한 캠페인 및 홍보’(26.6%), ‘신고?처리 프로세스 마련을 위한 컨설팅’(19.6%) 등을 꼽았다.

박준 대한상의 기업문화팀장은 “정부가 지난 2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발간했지만 여전히 모호한 규정, 처벌규정 등으로 부작용과 집행부담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법은 최소한의 보완책일 뿐이며,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조직원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한 기업문화 개선활동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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