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대다수 직원 윤 회장 3연임 반대"... 회추위 선임 절차 즉각 시정 요구
-금융 관계자들 "노조는 경영 개입보다 직원 복지?혜택에 신경써야"

[와이즈경제=홍성완 기자]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KB금융그룹의 윤종규 회장의 3연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일에 대해 노조가 경영진의 일에 과하게 간섭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 노조 “대다수 직원 윤 회장 연임 반대”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이하 ‘KB노협’)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다수의 직원들이 윤종규 회장의 3연임을 반대하고 있다”며 “회추위(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문제점이 확인된 선임 절차를 즉각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20일 오전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윤종규 회장의 3연임 반대'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홍성완 기자)
20일 오전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윤종규 회장의 3연임 반대'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홍성완 기자)

이들은 윤 회장의 연임 반대 이유에 대해 단기 성과만을 내세우는 노동조건 악화와 직원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을 거론했다.

KB노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KB노협은 이달 12일 소속 조합원 1만7231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설문에 참여한 7880명 중 79.5%인 6264명이 ‘3연임에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설문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단기 성과 위주로 업무강도가 심화되었다’는 응답이 32.2%(2019명), ‘직원 존중 및 직원 보상관련 의식 부족하다’라는 응답이 30.6%(1918명)로 가장 주된 반대 이유로 꼽았다.

이밖에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와 ‘채용비리 의혹 등 윤리 의식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KB노협은 “돌이켜보면 윤종규 회장이 KB금융의 최고경영자로 군림했던 지난 6년은 각종 의혹과 잡음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며 “친인척 채용비리, 노동조합 선거 개입, 극단적인 노사관계로 인한 총파업 등을 겪었고 수익 우선만 내세운 그는 직원들의 노고를 철저하게 비용으로 인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전히 KB국민은행을 비롯한 KB금융그룹 주요 계열사가 최고 수준의 실적을 시현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근로조건은 도리어 후퇴하고 있다”면서 “고령(임금피크) 직원들에게는 노사합의를 위반한 일선 창구 발령으로 모욕감 주기 퇴직을 강요하고 있고, 신입직원들에는 페이밴드(Pay-Band)를 노사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적용해 기본급 인상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 52시간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가 시행된지 한참이지만 시간외 수당마저 비용으로 인식한 KB는 실적 체크하듯 불법적인 ‘그림자 노동’과 ‘공짜 노동’을 곳곳에서 강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나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KB노협은 “상황이 이러한데도 주요 이해관계자인 직원들이 반대 의견 등 각종 리스크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 옥석을 가려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회추위는 KB노협에서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내?외부 후보자군(Lomg List)의 회장 추천 절차 참여 의사 확인’요구에는 귀를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 KB금융 “노조 측 의견 사실상 대부분 수용”

KB금융은 노조가 요구하는 사항들을 어느 정도 수용하고 있으며, 그 외에는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KB금융은 “노조 의견인 회추위 일정과 과정의 투명한 공개에 대해 회추위는 회장 후보 절차가 착수된 지난 12일 향후 일정과 일정별 주요 내용, 숏리스트 후보자의 규모 등에 대해 상세하게 공개했다”며 “동일한 보도자료를 회추위원장 명의로 전직원에게 메일로 발송하는 등 회추위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KB금융 측은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외부 인선자문단 운영과 노조 추천 인사의 참여는 회추위의 독립성 훼손과 일정상 롱리스트 평가에 집중할 시기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KB금융은 “회추위는 회장 후보 추천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5월말부터 약 한 달 간의 일정으로 주요 기관주주, 직원 대표, 노동조합 대표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이메일, 컨퍼런스콜, 면담을 진행했다”며 “이해관계자의 의견은 회장 후보자군 평가의 기준이 될 회장 자격요건과 추천 절차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롱리스트 후보에 대한 인터뷰 여부의 사전 확인은 사실상 수용했다는 입장이다.

KB금융은 “노조가 주장하는대로 롱리스트 단계에서부터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경우, 후보자가 숏리스트에 선정되지 못 할 경우 본인의 명예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다만, 노조가 주장하는 목적이 단독 후보의 인터뷰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인 만큼, 숏리스트 선정 과정에서 높은 순위의 후보부터 인터뷰 의사를 먼저 묻고 수락한 4인을 대상으로 숏리스트를 확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에서 롱리스트 명단 공개 요청이 있으나, 롱리스트는 회추위가 회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구성하는 후보군으로 KB 뿐 아니라 롱리스트 명단을 공개한 사례가 없다”며 “롱리스트 포함 여부는 본인이 알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롱리스트 단계에서부터 명단이 외부로 알려지면 추후 숏리스트에 선정되지 않을 경우 본인의 명예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명단을 공개하게 되면 회추위가 외부로부터 부적절한 영향을 받아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노조가 경영진 선정에 과도한 개입” 의견도 

KB금융 회추위는 지난 6월 KB 노조협의회를 대표하는 4개 계열사의 노조 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의견을 청취했으며, 이번 KB노협의 설문에는 이 당시 면담에 참석했던 2개 지부를 포함해 KB손해보험과 KB카드 등의 노조는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금융권 관계자들은 KB노조가 너무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직원이 3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중 일부의 의견을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이야기 하는 건 어폐가 있다”며 “노조가 어느 정도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확산시켜서 이야기를 하는 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관리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회사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건 임원들과 주주에서 결정할 문제지 노조가 개입하려는 건 과하다고 생각한다”며 “노조는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직원들의 복지 향상과 하나라도 더 혜택을 받게 하는 걸 신경쓰는 게 노조가 할 일”이라며 “만약 경영진이 정해진 상태에서 운영을 잘못하면 시정을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반대부터 하는 건 개인적으로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노조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은데, 굳이 임원 선정과정에서 기자회견까지 여는 건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며 “매해 파업과 기자회견을 노조가 열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정말 필요한 시점에 그 의미가 희석될 수 있고,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모두들 힘들어 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더욱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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