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집속탄 사업 분리…'비인도적 기업' 쇄신 가능할까
'한화' 집속탄 사업 분리…'비인도적 기업' 쇄신 가능할까
  • 홍성완 기자
  • 승인 2020.09.18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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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법인에 집속탄 부품 제공 안한다" 주장 현실적으로 불가능
'글로벌 이미지 쇄신' 위해선 법적 근거 될 공식적 입장 필요
'눈가리고 아웅'식 방안...김동관 부사장 '경영권 승계 복안' 주장
화약 국산화로 '事業報國' 외친 회사가 '국가 방위 산업 한 축 포기'

[와이즈경제=홍성완 기자] 한화가 집속탄 사업 부문을 분리한다. 이는 유럽에서 ‘비인도적 무기’로 분류된 집속탄 사업을 분할함으로써 기업 이미지 쇄신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의 방해물을 제거하겠다는 게 한화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한화의 발표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방위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지탄의 대상이며 어차피 집속탄을 생산할 때 들어가는 부품을 한화에서 일정부분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눈가리고 아웅’ 식의 기업 이미지 제고 방안이라는 명분 뒤에는 경영권 승계 문제가 얽혀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으나, 향후 논란의 씨앗은 계속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중구 (주)한화 본사(사진=홍성완 기자)
서울 중구 (주)한화 본사(사진=홍성완 기자)

지난 9일 ㈜한화(이하 ‘한화’)는 공시를 통해 ‘분산탄(집속탄) 사업부문’을 독립법인으로 분리하는 물적분할 안건을 오는 24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 상정한다고 밝혔다.

공시를 통해 한화는 사업 구조 변경의 이유로 “시장으로부터 적정한 기업가치를 평가받음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한다”고 설명했다.

독립법인의 명칭은 가칭 ‘주식회사 코리아 디펜스 인더스트리’(KDI)다.

문제는 이 같은 한화의 계획대로 ‘글로벌 이미지 제고’가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다. 여기에 이번 물적분할 추진 계획이 결국 KDI의 매각까지 염두해 두고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울러 한화가 김승연 그룹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에이치솔루션 부사장에게 경영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이번 물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화에 대한 김 부사장의 지분이 4.44%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화 형제들이 100% 지분을 소유한 에이치솔루션과 한화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승계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경영권 승계는 한 회사 단위의 딜(Deal)이라던가 이런 게 있어야 가능한데, 몇 백억 가지고 경영승계를 말하는 건 무리한 논리 전개일 것 같다”며 “아직 분할이 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그 동안 그런 부분(비인도적 기업 이미지)으로 인해 화약부문이나 무역 등 해외진출을 추진하는데 애로 사항이 있었다”며 “이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집속탄 사업을) 분할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른 것일 뿐, 다른 부분들을 생각할 정도의 여력도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작년 11월에 국민연금이 투자할 때 ESG 기준을 충족하는 회사들 위주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공청회도 있었다”며 “따라서 그 기준에 맞춰가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도 자금조달이나 투자유치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C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이 얼마나 이런 부분들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비재무적인 틀로 따지는 평가를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한화의 공식적인 입장은 표면적인 구실일 뿐, 비인도적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어차피 KDI가 한화의 그룹사로 존재하는 이상,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KDI의 물적분할이 이뤄지면, 한화가 곧바로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서도 한화 측은 사실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화 관계자는 “일단 한화에서 별도로 분리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ESG 기준에 많이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아직 분할이 되지도 않았다. 임시주총에서 통과가 되어서 분할이 이뤄져야 방산업체 지정도 받고 인허가도 다시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절차가 최우선인 상황에서 매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한화의 주장에도 일각에선 여전히 ‘비인도적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남아 있다.

한화는 ‘한국화약’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런 특성을 통해 한화그룹은 '화약 국산화와 함께 시작된 사업보국(事業報國)의 다짐'을 외치며 지금까지 성장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종전(終戰)국이 아닌 휴전(休戰)국으로 남아 있는 이상 해외진출이라는 명목으로 국가사업의 한 부분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국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분산탄 생산 부품을 결국 한화에서 제공한다면, 그저 ‘눈 가리고 아웅’식의 의미 없는 계획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부분을 한화가 생각 못할 리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의혹의 시선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한화 측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서 향후 KDI에 어떠한 재료나 부품들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화 관계자는 “KDI에서 분산탄 생산과 부품을 모두 자체적으로 만들도록 할 것”이라며 “분산탄 관련 부품들을 절대 공급하지 않고, KDI가 필요하다면 (한화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별도로 구매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한화의 주장에도 현실적으로는 한화가 집속탄 부품 제공을 계속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제시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산탄 부품 생산을 다른 업체가 단기간에 생산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분산탄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여러 곳 있는 것도 아니고, 이를 핑계로 앞으로 부품 제공과 발주를 도맡을 가망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집속탄 생산을 반대하는 국제적인 NGO(비정부기구) 단체를 눈속임하려 한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며 “향후 한화 측에서 부품 공급을 절대 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약속이나 공식적인 입장이 우선되지 않는 이상 이런 의혹과 비판은 계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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