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위기, 2008 글로벌 금융위기 넘어서
장영식 연구위원 '신흥국에 대한 채권 관리 중요성 크게 증대'
바이든 행정부 복수국간의 협력체제로 중국 압박 예상
신기술·신산업 분야 미·중 산업 생태계 블록화 대비해야

[와이즈경제=이대희 기자]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당선됨에 따라 향후 글로벌 경제는 미국이 동맹과의 협력 체제로 중국을 견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미·중 산업 생태계의 블록화에 대비한 신기술?신사업 분야 등에서 이를 감안한 정책들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11일 은행회관 2층에서 '미 대선 이후 글로벌 경제의 리스크와 미중 무역마찰'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대희 기자)
지난 11일 은행회관 2층에서 '미 대선 이후 글로벌 경제의 리스크와 미중 무역마찰'을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 날 세미나에서는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박종훈 SC제일은행 전무와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강문성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제에 나섰다. 사진은 발제 이후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이대희 기자)

◆ 펜데믹 경제 위기 극복은 소비심리 회복 정책이 관건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11일 은행회관에서 ‘미 대선 이후 글로벌 경제의 리스크와 미중무역마찰’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첫 발제에 나선 박종훈 SC제일은행 전무는 ‘선진국 경제 및 금융시장: 팬데믹 및 미 대선 영향을 중심으로’라는 발제를 통해 올해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대부분의 G20 국가들이 기록적인 수준의 GDP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00년대 들어 1?2차 세계 대전과 대공황을 제외하면 1980년대 경기 침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팬데믹 상황이 각 나라의 경제에 미친 영향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무는 "팬데믹 상황에도 중국과 타이완은 오히려 GDP 상승을 기록했으나, 영국은 -10% 역성장이 예상되는 등 산업구조나, 정치 상황, 대외재난 대응방법 등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의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번 펜데믹 종식 이후에는 기존과는 또 다른 형태의 경제적 강자와 약자가 정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기존의 글로벌 위기 이후 회복의 모습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V자’ 형태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펜데믹 이후 ‘V자’, ‘W자’, ‘K자’, ‘루트’, ‘L자’ 등 여러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며 “팬데믹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W’의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만, (기존 형태의) ‘V’자 회복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중국을 살펴보면 생산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인 이후 소비가 좇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락다운이 끝났던 여름동안 유럽 등의 소비가 살아나며 수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추측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소매 판매는 빠른속도로 회복을 보이는 반면, 산업 생산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다른 유형의 회복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조업은 회복을 보이고 있으나 소비자 신뢰지수는 여전히 침체된 상황에서, 경기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소비심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들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인플레이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아직 여력이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박 전무는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을 유지해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더 완화할 수 있는 여지가 확보됐기 때문에 우려 대상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고용지표가 불안한 상태로 대부분 모든 나라들이 기록적으로 높은 수준의 경기 부양재정 정책을 펼치면서 전세계적으로 GDP 대비 부채가 늘어 부도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부분은 주의해야할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함에 따라 4분기 경기 성장률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기 성장률을 –3.7% 정도를 예상했지만 점점 더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되며, 유럽도 마이너스 폭을 더 크게 수정할 만큼 2차 락다운의 영향이 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 재정건전성 양호, 대외채권 리스크는 대비해야

보건과 재정건전성을 조사한 결과 한국과 중국은 양호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재정건전성 부문에서 대외채권의 위험성에 대한 대비가 부족해 정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정영식 선임연구위원은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의 신흥시장지수에 포함된 26개국 중 24개국, 한국과 경제 교류가 활발한 베트남을 포함한 총 25개 신흥국을 대상으로 보건?재정 및 외환부문 취약성을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조사항목으로는 △보건의료 품질, △전염병에 따른 사망 인구 비중, △인구1000명당 병실수,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 △재정수지 비율, △국채비율, △경상수지 비율, △대외지급능력이 포함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건과 재정?외환 건정성 모두 취약한 국가로는 콜롬비아, 브라질, 파키스탄, 인도 이집트 등으로 꼽혔으며, 반면에 한국과 중국 등은 양호한 편에 속했다.

정영식 선임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국가로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 체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이 선정됐다”며 “하지만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러시아, 카타르, 사우디 등 산유국의 경제 평가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대외 충격에 따른 한국의 금융불안 고조 가능성은 과거에 비해 축소됐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코로나19‘ 이후에도 금융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해 외환파생상품포지션 비율 규제, 외환건전성부담금 제도, 외화유동성 규제 등이 탄력적으로 운영됐다고 판단하지만 앞으로도 더 나은 방향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우리는 대외 채무 관리에 중점을 두고 정책적 대응을 했지만 이제는 신흥국에 대한 대외 채권 관리의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크게 증대됐다”고 강조하며 “우리나라 대외 채권에 문제 발생 시 대응 방법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에 파리클럽 등을 이용한 논의를 통해 정부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다자간 협의 한국도 적극 참여해야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바이든 행정부의 성향에 따라, 미?중 간 정책 충돌 과정에서 유럽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우리도 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강문성 교수는 “바이든은 통상정책 비전으로 ’미국의 해외 리더십 복원‘, ’’이민자의 나라‘라는 미국가치 보호’, 중미 지역과의 유대 강화, ‘아프리카 디아스포라를 위한 의제’ 등을 내세웠다”며 “이는 트럼프의 반인민주의 정책을 통합하기 위한 것으로 앞으로는 인종·종교별로 소통하기 위한 정책들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한 강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성향이 다자체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동맹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경향이라고 분석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당선자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미국과 중국사이에서 정책적인 큰 화두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WTO가 직면한 문제점으로 △2001년 DDA(Doha Development Agenda)협상의 부진 지속, △분쟁해결절차 기능의 마비(상소기구의 위원 선임 문제), △WTO 개혁 논의 지연(의사결정구조, 국영기업 및 산업보조금, 개도국 세분화 문제 등), △신임 사무총장의 임명 등을 거론했다.

강 교수는 ”미국은 전통적 동맹국들과 WTO 개혁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되나, 아직 구체적인 미국의 생각이나 방향성은 예측이 어렵다”며 “미국이 WTO에 가지고 있는 두 가지 확실한 불만은 중국의 불공정무역관행을 제어하는데 실패한 것과 분쟁해결기구에서 미국이 많은 케이스를 졌기 때문에 미국의 국내법을 바꿔야하는 상황이 도출된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이 WTO의 개혁을 추진한다면 중국의 불공정무역관행을 억제하는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중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한 가지 예로 WTO 신임 사무총장 임명 상황을 언급했다.후보자로는 한국의 유명희 후보와 나이지리아 응고지 후보가 남아있다. 

현재 WTO 신임 사무총장 후보자로 한국의 유명희 후보가 나아지리아 응고지 후보가 남아 있는데,트럼프 정부는 유명희 후보를 지지했지만 외신을 종합해 보면 응고지 후보가 약 100개국의 지원을 받으며 더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강 교수는 앞으로 바이든이 미국의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응고지 후보를 지지하는 방법과 과거 사례를 활용해 두 후보자가 3년씩 맡아 수행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강 교수는 “WTO의 투표방식은 민주적이지만 164개국의 합의를 도취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라며 “다자체제에서는 유럽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읽는게 중요한데, 미국·일본·러시아·중국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 외교전략이 문제가 있다라는 생각이 들며 다시 한번 유럽의 중요성을 일깨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 교수는 바이든이 기존의 무역협정과 통상법을 엄격히 집행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침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미?중 1단계 합의를 이행하면서도, 2단계 협정에서는 노동과 환경 문제를 들어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FTA 등 다자간 협의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미국이 CP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노동, 환경 관련 조항을 강화하는 협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가입할 필요가 있다”며 “WTO 개혁 논의에 처음부터 적극 참여해 신임 사무총장 임명에도 임기(3+3)대안을 홍보하고 미국과 유럽을 설득해야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현재 철강 분야의 연간 수출 물량 제한을 늘리는 협상도 재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미·중 무역충돌 상황 대비 필요

네 번째 발제자로 나선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한 전면적 견제를 지속할 것이란 의견에 공감하면서, 한국이 향후 발생할 양 대국 사이 충돌에 다각도로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 연구위원은 “중국을 적극 견제할 필요성에 대해 트럼프 정권 시절 이전인 오마바 행정부에서부터 이미 미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따라서 바이든도 중국의 성장방식이 불공정하며 미국의 안보와 이익을 침해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는 중국에 대한 인식과 기존 제재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WTO 개혁과 연계된 선진국 공동전선 확립과 다양한 형태의 복수국간의 협력체제를 구축해 압박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반대로 중국은 선진국이 문제 삼고 있는 국가주도적 경제체제의 변화 등을 포함한 유연한 대(對)미협상을 시사하기보다는 ‘중국의 길’ ‘중국특색 사회주의’ 등 국가주도적 체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14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중국견제 및 대외환경의 장기적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전략과 수요측 성장동력 뿐 아니라 혁신과 산업고도화의 동력을 중국 내에서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지 연구위원은 “중국은 정부주도의 초기 인프라 구축을 통해 자국 산업 생태계를 성장시키고 글로벌 산업을 선도하며 외국기업 진입을 유도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시장 블록화, 기술 갈라파고스화의 위험 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미·중 마찰로 인한 중국의 적극적인 해외진출의 위험성이 증가함에 따라, 중국은 신중한 해외진출 추진과 국내 정책을 통한 국내대순환을 강조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 연구위원은 “중국 산업고도화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주는 효과는 양면적이다”며 “중국산 제품의 관세부가에 따른 수입전환 효과가 아시아 수출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고 넥스트 중국 생산기지가 형성될 수 있는 유망지역에 대한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신기술·신산업 분야에서는 미·중 산업 생태계의 블록화에 대비해야한다”며 “미·중 두 시장의 분리 및 동시성장 가능성이 크며 업종차원에서 양시장을 동시 활용하기 위한 전략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 이후 WTO 개혁, 복수국간 협력체 구축 등이 미·중 갈등의 새로운 공간이 될 전망”이라며 “우리나라는 바이든 시대의 WTO 체제, 양자주의, 공정한 무역, 경제 블록화, 비(非)경제요인 통상의제화 등 다자공간에서 미·중 간의 충돌 이슈를 점검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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