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강력 반발, 성명서 통해 “최저임금은 죽었다” 비판
-경영계, '최소한 동결' 바랐다'면서도 비교적 만족하는 분위기

[와이즈경제=홍성완 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5% 오른 8720원으로 확정됐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크게 반발하는 입장을 나타낸 반면, 경영계는 상대적으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연도별 최저임금 인상 추이(2010~2021년) (제공=최저임금위원회)
연도별 최저임금 인상 추이(2010~2021년) (제공=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박준식)는 13일 15시부터 다음날(14일) 새벽 2시10분까지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제9차 전원회의를 개최해 2021년 적용 최저임금 수준(안)을 시급 8,720원으로 의결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는 2020년에 적용되고 있는 최저임금 시급 8,590원에 비해 130원(1.5%) 인상된 수준으로, 월 단위로 환산(주 40시간 기준 유급주휴 포함, 월 209시간)하면 182만2480원으로 올해 대비 2만7170원 인상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이번에 의결된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93만명~408만명, 영향률은 5.7%~19.8%로 추정된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9명씩 참여해 총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5명과 사용자위원 2명은 공익위원들의 의견이었던 1.5%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의 도중 퇴장했고, 전국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은 아예 회의에 불참했다.

결국 남은 사용자위원 7명과 공익위원 9명만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9표, 반대 7표로 최저임금 1.5% 인상안이 채택됐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1.5%)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가장 낮았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7% 인상률보다도 낮은 역대 최저(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작) 수준이다. 

앞서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16.4% 인상)을, 경영계는 8410원(2.1% 삭감)을 제시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하자 공익위원들이 조율에 나서 최종적으로 제시한 안이 이번에 통과한 1.5% 인상안(8720원)이다.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이를 고려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저임금위는 “공익위원이 제시한 인상안의 제시근거는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0.1%), 2020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0.4%),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1.0%)을 반영해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는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게 되며, 노사 양이번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다. 노동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종 확정해 고시하게 된다. 이후 노사 양측이 이번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 기간 동안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고, 노동부 장관이 타당한 이유라고 받아들이게 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같은 절차가 끝나면 내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최저임금안이 시행된다.

한편, 이번 내년도 최저임금안에 대해 노동계는 크게 반발했고, 경영계 역시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이번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먼저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은 죽었다’라는 제하(題下)의 성명서를 통해 “130원. 대한민국의 최저임금위원회가 400만 최저임금 노동자의 내년도 시급에 대해 인상한 액수”라며 “코로나19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대내외적인 평가에 비교하면 1.5% 인상은 수치스러울만큼 참담한, 역대 ‘최저’가 아니라 역대 ‘최악’의 수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무엇보다 역사에 기록될만한 이 숫자를 사용자위원들도 아닌 공익위원들이 내 놓았다는 데서 그 참담함은 형용할 수 없다”며 “어떠한 경제상황속에서도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가장 적은 임금을 받으며 땀흘려 일한 노동의 가치에 대해 공익위원들은 1.5%라고 적었다”고 비난했다.

또한 “이들은 1.5%의 근거에 대해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생계비 등을 이유로 내 놓았지만 모든 것이 자의적인 해석”이라며 “예컨대, 생계비의 경우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비혼 단신 기준으로 여전히 40만 원 정도 부족한 수준이며, 여기에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다면 현행 최저임금은 턱없이 낮은 금액”이라고 성토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상당수가 비혼 단신 가구가 아니라 복수의 가구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1.0%라는 노동자 생계비 개선분은 더욱 낮은 수치”라며 “1998년 외환위기(2.70%), 2010년(2.75%) 때도 우리는 이러한 수치를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20여년전과 지금의 화폐가치 변화와 물가 차이를 감안할 때 인상액 130원은 최근 20년 동안 두 번째로 낮은 금액이라며 ‘터무니 없는 액수’라고 반발하고 있다.

경영계 측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021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많은 경제주체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소한 ‘동결’을 바라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1.5% 인상된 8,720원으로 결정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극심한 경제난과 최근 3년간 32.8%에 달하는 급격한 인상률을 감안할 때, 1.5%의 추가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물론 기업인들에게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아울러, 청년층, 임시·일용직 근로자 등의 취업난과 고용불안도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 최저임금 차등 적용,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으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는 한편, 직면한 경제난 타개를 위한 모든 경제주체들의 협력을 유도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희망한다”는 글로 성명서를 짧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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